유자차행진곡
두번째 Road Test, 그 결과는? 뉴욕 도로주행 시험 후기 본문
첫번째 Road Test 에서 불합격 한 후 2주가 지났다. 남편이 불합격한 그 자리에서 바로 두번째 시험을 예약해줬고 저번주에 Lowville 에서 코스연습을 하면서 주의점을 파악해봤다.
내 시험동선과 동선에 따른 주의점은 다음과 같았다.
1. 시험 주차 구역으로 차를 이동시킨다. (이동할 때 이동 방향으로 방향등 켜기)
2. 시험 시작과 함께 주차 구역에서 차를 뺀다. (빼기 직전에 미러 확인 뿐만 아니라 왼쪽으로 고개 돌려 blind spot 확인하기)
3. 오른쪽 방향 지시등 켜고 stop 라인에서 일시정차하기
4. 우회전 후 20마일 속도 지켜서 전진
5. 좌회전 깜빡이 넣고 비보호 좌회전 하기 (이때 중앙선 침범 안하도록 크게 돌기)
6. 또다른 좌회전을 위해 깜빡이 넣고 차선 이동 (미러 뿐 아니라 blind spot 확인 후 차선 이동)
7. 교차로에서 빨간불일때는 정지선에서 정지, 초록불 되면 앞으로 움직이는데 횡단보도 막지 말고 더 앞으로 나가기,
맞은편에서 차가 다 지나가거나 멈추면 좌회전 하기, 이때 핸들을 많이 꺾을 것
8. 20마일 속도 유지해서 전진
9. Three point turn 하기 (우측 깜빡이 넣고 차 세우기, 왼쪽 깜빡이 켜고 왼쪽으로 핸들 다 꺾고 창문통해 좌우 체크, 우측 깜빡이 켜고 R 기어로 변환 후 우측으로 핸들 다 꺾고 창문통해 좌우 체크한 후 후진, 자동차가 전면 Curb 와 평행이 되면 좌측 깜빡이 켜고 D 기어로 변환 후 좌측으로 핸들 다 꺾고 빠져나오기 - 주의할 점은 처음 차 세울 때 깜빡이 넣는 것과 각 turn 마다 좌우 또는 뒤 시야 확인하는 것, 기어 변환 후 움직이기)
10. 평행주차하기 (우중좌 공식. 우측 깜빡이 넣고 길가에 주차된 차 옆에 차 세우기, 기어 R로 변환 후 핸들 오른쪽으로 다 꺾고 blind spot, rear window 로 턴해도 되는지 확인, 장애물 없으면 45도 될 때까지 턴하기. 핸들 중간으로 풀고 또다시 시야 360도 체크한 후 윈드쉴드 오른쪽 가장자리 시야에 앞차 궁둥이 좌측 등이 들어올 때까지 후진, 다시 시야 360도 체크한 후 핸들 좌측으로 다 꺾고 앞차와 평행될 때까지 후진, 기어 D로 놓고 핸들 중간으로 풀고 앞으로 조금 이동해서 간격 좁힌후 주차. P로 변환, side break 잠그기. (주의할 점은 처음에 옆차에 차 댈때 오른쪽 깜빡이 켜는 것 말고는 깜빡이에 신경쓰지 말기, 각 turn마다 시야 360도 체크하기)
11. 평행주차에서 차 뺄 때, 뒤로 후진했다가 핸들 다 꺾어서 나오는데 미러랑 고개 돌려 확인하고 나가기
12. 돌아오는 길 신호와 속도 잘 지키고 주차장에 주차할때 깜빡이 켜기
이 동선과 주의점을 적어놓고, 시험이 남은 일주일동안 각 동선을 기억해 가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까먹을까봐 하루 한번씩.
그리고 시험 당일날인 어제.
비가 엄청 쏟아졌다. 비가 온다는 건 예보로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쏟아져서 긴장이 됐다. 감독관 측에서 시험을 취소해주길 은근히 바라면서도 오늘같은 날 합격하면 내 자신이 더 자랑스러울것 같았다. 취소는 커녕 confirmation 문자가 도착하고, 나 역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내리는 덕에 와이퍼작동법과 헤드라잇 켜는 법, 서리제거법을 다시한번 복습했다. 다행히 시험 한시간 전에는 비가 거의 그쳤다.
문제는 시험장소에 40분일찍 도착해서 연습을 하는데, 생각보다 운전이 너무 안됐다 ㅠㅠ
운전감을 키우기 위해 Lowville까지 내가 운전하고 싶었는데, 남편은 고속에 익숙해서 시험을 망칠 수 있다고 시험장소에서만 운전하라고 했다.
그런데 시험앞두고 이게 웬걸! 좌우체크를 소극적으로 하질 않나, shoulder check 를 빼먹질 않나, 속도 20마일을 계속 넘질 않나, 전방에서 오는 차의 속도 파악을 못해 좌회전 타이밍을 놓치질 않나, 교차로까지 나가는걸 머뭇거리지 않나, stop 사인을 안봐서 내 차례에 상대방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질 않나, 실수 연발이 계속 됐다. 이미지 트레이닝과 실전의 갭이 느껴졌다. 남편은 나의 실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 지적하고, 나아가 타박까지 한다. 그게 도움이 되면서도 좌절감이 느껴진다. 나 오늘도 망했나봐!!
시간이 생각보다 없었는지 세번정도 연습하니 남편이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제 시험봐야 해' 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바퀴 더 돌았다. 미국 Road Test 에서 수백만의 코스가 있겠지만 Lowville 은 내가 사는 곳 부근에서는 쉬운 축에 든다고 한다. 코스도 짧고 고속도로도 없다. 하지만 엄연한 마을이라 집들도 많고 스쿨존이라 속도 20마일을 엄격히 지켜야 하고 차량과 보행자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언덕과 울퉁불퉁한 길이 많아 속도유지가 까다롭고, P턴과 평행주차할 때 방해물을 조심해야한다. 게다가 내가 1차에서 떨어졌던,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가 있고, 거기에 횡단보도까지 있다! (이 정도면 평범한 코스인데 내가 오바를 하는 걸지도 ㅠ??)
여튼 중요한 것은, 시험 직전에 시험 코스를 서너번 돈게 엄.청. 도움이 됐다. 직전 연습없이는 위의 실수들 때문에 또 광탈했을 거다.
시험장으로 갔다. 같은 감독관에 비슷한 시간대. 다만 날씨 탓인지 나말고 시험보는 차가 1차 시험때에 비해 거의 없었다. 마음이 좀 더 편했다.
일단 코로나니까 열체크, 감독관은 남편에게 Driver's License 를 요구, 나에게는 Permit 을 요구했다. (Permit 은 시험 끝나고 돌려줌), 남편은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감독관이 옆에 탔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두근두근!
시험에서는 일주일 동안의 이미지 트레이닝과 직전 연습을 모두 동원했다. 특이사항은 다음과 같다.
- 출발과 동시에 주차구역에서 차 빼낼 때 좀 꼬였다. 확실히 긴장을 했던 듯 하지만 평소보다 더 과장해서 고개를 돌려 뒤에 차가 오는지 확인했다.
- 차선 변경시, 좌회전 시 평소보다 과장해 좌우확인, shoulder check을 했다.
- 떨어졌던 교차로 부근에서는 다행히 신호등이 보일만큼 멈췄다. 1차 시험때는 신호등이 안보여서 큰 당황을 했었다. 긴장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차도 다 지나갔을 때 좌회전을 한 것 같다.
- Three point turn을 시켜서 기뻤다. 1차에서는 교차로 실수 때문에 시험이 일찍이 중단되는 바람에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기분이 고조됐다. 게다가 주변에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서 운도 좋았다.
- Parallel 주차를 시켰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주차된 차 옆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차가 지나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먼저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주차된 차 뒤로 가려고 하는데 감독관이 '뒷차 보내고 싶어?' 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럼 right light 켜면 돼, 알았지?' 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examiner intervention이 생기는 순간 탈락이라고 하는데 당시엔 그저 고마웠다. 나도 정상적으로 평행주차 시작하면 깜빡이 켤라고 했는데 깜빡이를 주차공식의 하나로만 외워놓다 보니 뒷차 뒤로 갈때도 켠다는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있어서 그런지 평행주차를 하는 내내 차가 오면 어떡하나 긴장했다. 그렇지만 운좋게도 더이상 진입하는 차가 없었다. 그리고 주차도 curb 와 가깝게 너무나 잘 됐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른 실수 발생! 주차된 차를 뺄 때였다. 미러 + 고개돌려 확인을 철저히 하느라고 그만 좌측깜빡이 켜는걸 잊고 길가로 나왔다. 나오면서 아차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뒤였다.
- 코스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평행주차 후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면서 우회전을 하게됐다. 그러나 남편이랑 연습한 길이고 초록불에만 우회전 해야한다는 것만 빼면 특별한 도로는 아니었다.
결과는? PASS!!!
너무 기뻐서 Thank you so much!!!!! 가 절로 나왔다. Road Test, 그리고 내 감독관이 좋았던 점은 '안좋은 버릇이나 잘못한 점을 집어준다는 것'이다. 감독관은 내가 평행주차를 할 때, 그리고 빠져나올 때 모두 signal 하는 것을 잊지말라고 조언해주고, 패스 표시가 적힌 영수증을 줬다. 동시에 이게 바로 임시 면허증이라며 Permit 과 함께 가지고 다니라고 한다.
기분이 이상했다. 패스가 가능한거였어?? 이런 일이 일어나네? 시험 전까진 '굳게 닫힌 두툼한 문' 같았는데 패스하고 나니 '한 겹의 얇디 얇은 막' 처럼 느껴졌다. 성공이라는 게 내가 잘만 하면 충분히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것이구나 싶었다.
남편은 밖에서 봤을 때 감독관이 나에게 뭔가 한참 설명하는 걸로 봐서 이번에도 내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단다.ㅎㅎ 그리고 1차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의아하기도 했단다. 남편이 '떨어진거지? 떨어졌구나!' 하길래 평소 남편이 장난쳐온 것처럼 나도 떨어진 척 했다. 그리고 남편은 영수증을 보고 '어? 붙었네!!' 하고 놀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놀랠만도 하지, 직전 연습때 불안불안했는데 실전이 잘 되니 나도 놀랐다ㅎㅎㅎ
그치만 그동안 운전면허 따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 워터타운도 한두번 가보고, 고속도로도 밟아보고 특히 요 3월은 초집중했다. 집에서도 유튜브 비디오 찾아보고, DMV 사이트에서 메뉴얼도 읽어보고, 운전연습 후 고칠점이 있을 때마다 메모해두고 또 간간히 읽어봤다. 남편도 날 열심히 가르쳐주었고 나도 열심히 배웠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ㅎㅎ 그리고 감독관도 친절하고 차분했고 도로 흐름도 나쁘지 않아서 이래저래 운도 따라줬던 것 같다.
누군가는 도로시험 후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쓰나 싶겠지만 운전은 나에게 결혼, 미국이사 다음으로 인생의 turning point 다. 워낙 운전 신경도 없고 이번 생에서는 영원히 불가능할거라 생각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이번 면허합격이 나에게는 엄청난 감동과 함께 '모험과 도전은 좋은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에 다음 목표는 '남편 없이 혼자서 운전 잘하기' 이다.ㅋㅋ
하지만 당분간 해방감과 성취감을 만끽하기로 하고, 이 영광을 고생 짤짤이 한 남편에게 바친다...ㅎㅎ
합격기념으로 외식 하러 간 Crystal에서의 사진을 끝으로 뉴욕주 도로주행 합격 후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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