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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racuse 구경가기

유자차행진곡 2021. 3. 9. 10:58

Syracuse(시라큐스)가기 전날 저녁, 오빠랑 고민고민을 했다. 시라큐스를 갈까? 말까?가봤자 별거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웬지 재밌어보이지 않아서 ㅠㅠ 제일 처음 시라큐스를 갔던 것은 Destiny 몰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몰들 중에 손꼽힌다고 해서 갔었는데 그 구경이 끝나니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우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별로 안좋아하고 날씨도 아직 춥고... 그런데 오빠가 나보고 결정을 하라고 해서 어렵사리 결정을 했다. 한번 더 가보기로!
별거 없어보인다고 해도 우리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아닌데 뭐라도 배우고 경험하는게 있겠지,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건 차이가 있겠지, 이런 마인드였는데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아래와 같이 날씨가 아주 좋았다. 일기예보에서는 흐리다고 했지만 선크림을 좀 바를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햇살이 굿! 북부 뉴욕이 칼바람은 많이 불어도 한국처럼 햇살도 좋고 굉장히 살만하다.

우리는 한시간 가량을 달려 시라큐스에 도착했다.

 

첫번째로 들린 곳은 Farmer's Market.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Bing 에서 찾은 이미지) 

겨울이라 그런걸까? 야외 마켓을 예상했지만 모두 실내였고, 농수산물을 파는 곳일거라고 생각했으나 골동품이나 잡화들이 훨씬 많았고 수산물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럭저럭 많았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쓴 50-70대의 노령 지역 주민들이었다.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대략 이렇게 생긴 곳이었다. (syracuse market - Bing images)

 

 

바로 커피와 도넛, 그리고 크림치즈 베이글!

마켓을 나오는 길에 사먹었는데 도넛이 살짝 느끼했던거 빼고는 베이글도 쫀득쫀득 맛있고 커피도 뜨끈뜨끈 헤이즐넛 향이 가득해서 참 행복했다! 우리는 한국살때 10년간 뚜벅이로 살면서 데이트를 했는데, 미국에서는 데이트 풍경이 180도 달라진다. 무조건 차타고, 코로나때문에 음식도 테이크아웃한다. 이렇게 차 안에서 먹는 것도 나는 너무 좋다. 소풍온 것 같고 재밌쟈나~~~ 

커피와 도넛(2.5불) 크림치즈 베이글(3불)

우리가 중국인인 줄 알고 '씨에씨에' 로 감사말을 하던 베이글집 아저씨.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감사합니다' 로 다시 바꿔 인사해주셨다. 그리고 크림치즈도 잔뜩 넣어주시고 반으로 잘라 주셨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용물이 가득 들어있는 샌드위치나 베이글은 언제나 환영이다. 커피도 잘 안마시지만 이런 여행에 이런 조합으로 먹어주면 금상첨화다!

시나몬 베이글에 크림치즈 잔뜩. 행복해.

 

 

본격적으로 구경이 시작되고 스낵까지 사먹으니 여행느낌이 팍팍온다. 

두번째 행선지인 Onondaga Lake Park (오논다가 호수 공원 -인디언 이름인듯?) 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호수가 얼은데다가 눈으로 뒤덮여서 안예뻤다. 나무들도 앙상하고 호숫가라 칼바람도 많이 분다. (여전히 해는 밝다)

여름이었다면 좋았을테지만 우리같은 관광객들이 은근히 있었다. 모두 단단히 무장을 하고 조금이라도 즐겨보겠다고 열심히 호숫가를 돈다. 나도 좀 걷고 싶은데 남편은 볼거 없다며 빨리 가잔다.ㅎㅎ 

 

 

 

한때 많던 물고기가 산업폐수와 수은오염때문에 많이 사라져 지금은 낚시 규제를 적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행선지로 고고! 

미국 오기 전 머리를 잛게 잘랐었는데 6개월동안 많이 길었다.
높은 트럭들은 못지나갈 정도로 낮은 다리. 왜 저렇게 낮게 했을까?

 

세번째 행선지는 Asia Food Market!

우리 집근처에는 제대로 된 아시안 푸드 마켓이 별로 없다. 그만큼 시골인데, 시라큐스에 나오니까 벌써 아시아 마트가 두군데나 있다. 여기는 중국 마트에 더 가깝지만 한국 식품도 팔고, 규모가 커서 수산물 코너와 카페테리아 구역도 따로 있었다.

우리는 오빠가 좋아하는 꼬꼬면, 팔도비빔면, 마파두부 양념이랑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쌀국수 향신료를 샀다.

미국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사재기할 필요는 없었다.

한식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 남편도 아시안 푸드 마켓이 귀하니 열심히 구경한다.

 

냉장이 중요한 채소나 기타 식품은 안사기로 했다.

 

 

네번째 행선지는 Han's Oriental Grocery Inc.

원래 아시아 마켓은 한군데만 가려고 했으나 이번엔 아시안 마트가 아닌 '한인 마트' 여서 여기도 들렸다. (열심히 구경하느라 사진을 못찍었다)

중국마트랑 가깝고 규모가 훨씬 작지만 깨끗하고 한국식료품만 있어서 구경하기에 더 편했다. 여기서 참기름과 무시래기, 핫케익 믹스 등을 샀다. 오빠한테 핫케익 믹스는 왜 사냐고 하니 '미국에 있는건 팬케익 믹스'라고 핫케익이랑 다르다고 한다;; ㅋㅋ 나는 무시래기 보고 완전 반가웠다. 여기는 나물류가 없어서 감자탕 해먹을때 배추잎을 넣었었는데 우거지나 무시래기의 꼬들한 맛이 느껴지질 않아서 집에서 직접 말릴 생각도 여러번 했기 때문이다. 근데 한국 떠난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유난떠는거 아닌가 했는데 이런 횡재를 ㅎㅎㅎ 

 

이곳은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왜냐면 옆에 'Secret Garden(비원)' 이라고 한식당도 있고, 그 옆에 뚜레쥬르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식당은 치즈돈가스를 10불도 넘게 팔고 있고 장사가 잘 안돼보였다. 뚜레쥬르는 구경갔는데 한산한 주차장 분위기와는 달리 이것저것 사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아서 놀랐다. 지금 찾아보니 구글 리뷰도 상당히 좋고 빵이 낱개로 포장돼있는 걸 근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ㅎㅎ 그리고 음료수도 많이 찾는 것 같다. 우리는 빈손으로 나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한테 맛난걸 좀 사줄걸 그랬다. 나름 빵순이인데 (빵돌이라고 했더니 빵순이로 불러달라 함) 내가 빵을 별로 안좋아한다고 너무 일찍 나와버렸다...;;

  

 

 

 

다섯번째 행선지는 Red Chili

원래 계획은 해산물을 먹는 거였다. 근처에 Storming Crab 이란 집이 있는데 케이준 시즈닝으로 양념된 옥수수, 감자와 함께 게나 가리비를 먹는 식이다. 그런데 좀 비싼 듯 해서 Han's Oriental Grocery 맞은 편에 있는 Red Chili 를 갔다. 처음 가본 이곳은 상호명처럼 매운 음식, 사천중국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격은 보통이고 (저렴하진 않음) 가게가 크고 깨끗하며, 메뉴가 많았다. 오전에 베이글을 먹어서 점심시간 지난 2시 30분쯤에 갔더니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소룡포, 소고기볶음, 마파두부였다.

소룡포는 냉동된걸 쪘고, 나머지는 조리된 것 같은데 양념이 많아 짜긴 했지만 둘 다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오빠는 다음날 설사를 했다고 한다. 먹을때는 마파두부가 더 매웠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어쩐지 매운거 못먹는 사람이 왜 저렇게 호기를 부리나 했다 ㅎㅎ

먹다가 양이 너무 많아 남은 음식을 싸가고, 총 50불 정도가 나왔다. 이 정도 금액이면 Storming Crab 이랑 별 차이가 안나네. 소룡포를 괜히 시켰군;;;

 

 

 

밥을 다 먹고 마지막 행선지로 이동! 

미국 동부에만 있는 마트, Wegmans

블로그에 익숙하지 않아 역시 사진이 없다 ㅋㅋ 시라큐스에만 Wegmans 가 8개나 있어서, 우리는 Red Chili 랑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사람들이 엄청 바글바글했는데, 오빠가 식료품 진열 상태를 보더니 깔끔해서 사람이 많을만하다고 한다. 특히 월마트보다 베이커리류가 더 고급스러워보였고 생물 해산물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에 살았다면 신선한 생선을 더 자주 먹었을텐데! 그렇지만 우리집 근처에도 커미서리, Walmart, Target, Price Chopper, Hannaford 등 있을 건 다 있어서 Wegmans 가 특별해보이진 않았다. 특히 느낌이 Hannaford 랑 비슷했다.

 

Wegmans 를 떠나기 전 우리가 한 것은...... 바로 Lottery 였다.ㅎㅎㅎ 

한국에 있을 때 오빠는 본인 생일날 로또를 사곤 했다. 미국에 와서 한번쯤 로또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첫 장소가 Syracuse가 되었다. Mega Million, Power Ball 에서 각각 3개씩 해서 (하나당 2달러) 총 12달러로 부자의 꿈을 안고 나왔다 ㅎㅎㅎ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날 시라큐스 구경은 시장, 공원 말고는 마트 투어가 됐다. 겨울이라 아무래도 실내 관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가볼 수 없는 곳들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재밌었고, 심지어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다시한번 Farmer's Market, 오논다가 호수공원을 가보고 싶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 해산물 레스토랑도 한번 들려보리라..^^ 

 

블로그가 익숙하지 않아 너무 장황하게 쓴건 아닌가 모르겠다. 어쨌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보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