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bebe언니 피클볼, 김치돌리기, 친구들과 정육점에서 주문하기, 이탈리아 보리차

유자차행진곡 2025. 2. 5. 07:14

전날 밤 12시까지 김치를 만들고 잤더니 7시 30분 기상.
5시는 커녕 6시에도 못일어나고 있다 ㅋ
그래도 수행할 시간은 있어서 108배를 했다. 이 정도면 대단~~                   
아침에 일어나 피클볼 치러가려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bebe언니랑 언니 아버님 오신다기에, 늦지 않으려고 나름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미키 해줬던 미역국 남은거에 밥말아 아침도 간소하게 챙겨먹었다. 그런데 김치 나눠줘야 되는거 생각나서 부랴부랴 아이스백에 김치 넣고, FFSC 에서 봉사활동까지 있는 날이라 랩탑 백팩까지 챙기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9시 10분!!

운전해서 게이트 앞까지 도착하니 차가 꽤 있었다. 그런데 앞차의 백미러에 뭐가 비친다. 뒷차인 나를 향해 열심히 손 흔들고 있는 그녀~~바로  Nhu 였따!  내 아랫집 이웃이었던 Nhu 를 게이트 앞에서, 그것도 각자 차를 탄 상태로 만나다니! 너무 신기하고 반갑고, 나를 알아채준 그녀에게 고마워서, 나도 상어잇몸을 드러내며 마구마구 손을 흔들었다 ㅎㅎ
 
짐 뒤에 있는 야외 피클볼 코트에 도착하니 bebe언니와 아버님이 벌써 Ivette랑 딩킹을 하고 있다!  아 내가 너무 늦었꾸나! 나도 서둘러 합류하고 인사하고 피클볼을 치기 시작했다. 비비언니의 핫핑크 볼이 눈에도 잘띄고 이뻤다. 근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도저히 칠 수가 없었다. 결국 실내로 들어가 짐에서 네트를 빌리고, 서둘러 셋업을 했다. 이런이런 모처럼 bebe언니와 아버님이 방문했는데 얼마 못치게 되면 어쩌나! 설상가상으로 Troy도 도와주다 말고 가야 한다고 하고, Sibila, Alison 도 바쁘다고 떠난다. 남은건 Rie, 나, bebe언니, 아버님, Ivette! 우리 다섯이 과연 잘 할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Rie 와 열심히 테이프로 라인을 그리며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옴마나~bebe언니 아버님이 경기를 시작하니까 완젼 다른 사람이 됐다. 대충대충 하자며 몸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셨던 분이??? 스매싱을 날리고, 점수 카운팅을 끊임 없이 하고, 최앞단에 서서 날라오는 공마다 모두 블로킹을 하는거 아닌가!!!!! 다..다크호스다!!!  체구도 작고 생각보다 연세가 있어보여서 게임을 싫어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결국 아버님이 점수 다 따고 내가 다 잃고......허허허 그렇게 첫 게임은 지고 말았다. 나중에 토모코도 합류하고, 더 칠까 고민됐지만 봉사활동을 하러갈 시간이 돼서 먼저 나오고 말았다.

덤덤하던 아버님의 무서운 피클볼 실력ㄷㄷㄷ


Ciro's 에서 치킨랩을 먹고 FFSC 로 갔다. Tonya 말로는 상대방쪽에서 캔바로 작업물을 보낸 것 같다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Slow 해서 다행이구만 김치 돌리기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한테 문자를 돌렸다. Nathalie 는 남편 엄마가 한국인이라길래 김치 원하냐고 물어봤고, Emily는 남편이 half (Quater?) Korean 이여서 물어봤고, Gaille 은 남편이 한국음식 좋아하고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 했으니까, 그리고 Sandy 는 한국음식을 좋아하니까!  Emily는 답장이 늦게 와서 그외 사람들에게만 주었다. 이로써 Clifford 까지 합해 총 6명에게 돌리는 셈!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외국인들이 좋아할 (발효안된) 새김치였기 때문에, 그동안 김치에 관심을 표한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다. 

Clifford 가 이상한 김치를 사서 실망하는걸 보고 더 나은 김치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Nathalie 를 만났다. 김치를 주고, Keiko 랑 정육점 간다고 하니 자기도 가겠다고 한다. 운전은 내가 하기로 했다~ 내가 친구들을 싣고 운전을 하다니... 대단혀~~  근데 아뿔싸 핸들이 또 lock 됐다. 대체 왜 그러는지, 다행히 Nathalie 랑 Keiko 가 이렇게 저렇게 도와줘서 시동이 걸렸다. 저번에 제육볶음 해줬던게 맛있었는지 다들 얇게 썬 돼지고기를 1kg 씩 샀다. 그리고 소고기도 얇게 저민걸로 한번 사봤다. 내가 아무리 이탈리어를 배웠다지만 Nathalie 가 훨씬 더 잘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같은 종류를 세명분 따로 달라고 잘 설명했다. 멋져멋져~~ 고기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치가 좀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나도 그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으니까~~ 근데 내가 더 얇게 해달라고 계속 하니까 ㅎㅎㅎ 마지막에 정육점 아저씨가 고기 짜투리를 보여준게 너무 웃기다 ㅋㅋ 그래도 친구들이랑 있는 김에 용기가 나서 최대한 밀어부쳤다, 평소엔 그냥 주는대로 가지고 왔는데 ㅎㅎ 은근 유머러스한 아저씨 ㅋㅋ

드디어 좀 만족스러운 sottile(얇은) pancetta(삼겹살)



SS로 다시 돌아와서 친구들을 내려주고, 한국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퇴근길이어서 막힐까봐 집에 빨리 가고싶었음 ㅋㅋㅋ) 집에 왔다. 
 
저녁 먹고 미뤄뒀던 고추가루 갈기를 했다. 닌자 블렌더가 잘 작동할까 걱정했는데 트랜스포머 성능이 좋은건지 용량이 큰건지 다행히 잘 끝났다. 3일째 부엌에서 김치 비스무리한 냄새가 계속 나고 있다 ㅋㅋㅋ

블렌더가 뜨거워져서 고추가루 식히느라 중간중간 딴짓을 했는데, 며칠전 Pina 가 준 네슬레 Orzoro  맛이 너무 궁금했다. ‘과연 우리나라 보리차같은 맛일까?’ 먹어보길 잘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많이 태워서 에스프레소처럼 쓴 맛이 나게 만들었다 ㅋㅋㅋ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파우더 입자가 고와서 뜨거운 물에 순식간에 녹고, 심지어 거품이 났다 (헐!) 색깔도 까맣고, 진짜 에스프레소 맛? 갑자기 우유를 넣어보고 싶어졌다. 집에 남은 우유와 설탕을 넣었더니 헐레숑 나름 믹스커피같은 맛이난다. 대신 더 순한 맛이다!ㅎㅎㅎㅎ 카페인이 없으니 벌컥벌컥 들이마시게 되고, 달달하니까 더 잘들어간다. 손님 오면 이걸로 대접해서 신세계를 보여줘야지. Pina 한테 너무너무 고맙다~~ㅎㅎ


 
저녁먹은거랑 보리커피, 고추가루 묻은 블렌더를 설거지 했다. 그리고 컴퓨터 하는데 웬걸 ㅋ 오늘 전체적으로 좀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가 배가 고프당 ㅠㅠ 밤 10시에 야식이라니, 그래 나도 야식같은 거 해보게써! Lidl 에서 사온 냉동 교자를 끓였다. 근데 완전 대박!돼박!되에에박! 김치맛이 제대로 난다. 물론 홈메이드 만두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이 정도라니?????  물에 불으니 크기도 물만두보다 크고 돼지고기 맛도 나고, 꽤 매콤한 김치맛이 너무 맛있었다 ㅠㅠㅠ 주변 한국인들에게 추천해야겠단 생각이 마구 들었다!
 

오늘도 넘 재밌는 하루였다. 남편이 없으니 외롭기도 하지만 아침수행, 피클볼, 봉사활동,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인 거 같다. 내 루틴을 더 소중히 여기고 꾸준히 유지해 나가야겠다!